집에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물건이 있습니다.
유리컵이나 도자기 접시는 별생각 없이 넣으면서도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보면 잠깐 멈추게 됩니다.
‘이 플라스틱 용기도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될까?’
용기를 뒤집어 보면 숫자 5, PP,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그림, 접시와 물방울 모양 등 여러 표시가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먼저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을 의미하는 세계 공통의 단일 표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사마다 사용하는 그림이나 문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그림 하나만 외우는 것보다는 제품의 표시와 제조사 사용설명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표시를 확인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는 어떻게 생겼을까?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제품에서는 보통 접시나 컵 위로 물이 떨어지거나 분사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접시와 컵이 나란히 놓여 있고 위에서 여러 개의 물방울이나 물줄기가 내려오는 형태입니다.
식기세척기 안에 접시가 들어 있는 것처럼 표현한 제품도 있습니다.
영문으로
Dishwasher Safe
라고 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이라는 의미를 가진 그림이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모양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에 따라 그림의 형태가 다를 수 있고 제조사가 문자로만 사용방법을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본 식기세척기 마크와 모양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용 불가라고 판단하거나, 비슷한 그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사용설명과 제조사가 안내하는 세척방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Dishwasher Safe는 무슨 뜻일까?
해외 주방용품에서는 ‘Dishwasher Safe’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당 제품을 식기세척기로 세척할 수 있다는 제조사의 안내입니다.
다만 Dishwasher Safe라는 표현 역시 모든 제조사가 동일한 시험방법과 조건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국제 인증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식기세척기 제조사인 Bosch와 Whirlpool 역시 현재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을 나타내는 보편적으로 통일된 단일 기호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Dishwasher Safe라는 표시가 있다면 우선 해당 제품 제조사가 식기세척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조건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Top Rack Only’입니다.
Top Rack Only는 무슨 뜻일까?
플라스틱 용기에서 간혹
Top Rack Only
또는
Dishwasher Safe – Top Rack Only
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직역하면 ‘위쪽 선반에서만 사용’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표시가 있는 제품은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지만 제조사가 지정한 상단 랙에 놓아야 합니다.
식기세척기는 고온의 물을 분사해 세척하고 건조 과정에서도 열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기종에 따라 가열 방식과 내부 온도 분포도 다릅니다.
따라서 제조사가 상단 랙 사용을 지정한 제품이라면 아래쪽에 빈 공간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하단 랙에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에 Top Rack Only가 적혀 있다면 이것 역시 식기세척기 사용조건의 일부입니다.
PP 5 플라스틱이면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될까?
플라스틱 밀폐용기에서 가장 많이 발견하는 표시 가운데 하나가 PP와 숫자 5입니다.
PP는 Polypropylene, 즉 폴리프로필렌을 의미합니다.
숫자 5 역시 수지식별체계에서 PP 계열을 나타내는 번호입니다.
PP는 여러 종류의 식품용기와 생활용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식기세척기로 세척할 수 있는 PP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PP 5 =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PP 5는 제품의 재질을 알려주는 정보입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는 완성된 제품의 세척 조건에 관한 정보입니다.
같은 PP 계열이라 하더라도 제품의 구조와 두께, 제조방법 등이 다를 수 있고 본체와 뚜껑에 서로 다른 소재가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PP라는 재질명을 확인한 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내열온도가 높으면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될까?
내열온도 역시 중요한 정보지만 이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방법과 재질 등의 특성에 따라 사용 가능한 내열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내열온도가 낮은 플라스틱 제품을 높은 온도에서 사용하면 외형이 뒤틀리거나 변형될 수 있습니다.
식기세척기는 세척 과정에서 뜨거운 물을 사용하고 제품에 따라 고온 건조 기능까지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 제품의 열에 대한 특성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열온도가 높다 =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식기세척기에서는 온도뿐 아니라 세제와 물 분사, 반복적인 세척 및 건조 과정 등 여러 조건에 노출됩니다.
따라서 내열온도는 참고해야 할 정보이고, 실제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는 제품 제조사의 표시와 사용설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레인지용이면 식기세척기도 사용할 수 있을까?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를 식기세척기에도 넣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역시 서로 다른 사용조건입니다.
전자레인지용 표시는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는 식기세척기의 세척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식기세척기에서 세척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해서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가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품에 두 가지 사용조건이 모두 표시되어 있다면 각각의 조건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식품용 마크와도 다른 표시다
컵과 포크 그림 또는 국내의 식품용 기구 표시 역시 식기세척기 표시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식품용 표시는 해당 제품이 식품과 접촉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것과 관련된 정보입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물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접시라도 손세척만 권장되는 제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식기세척기로 세척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음식을 담는 용도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결국 제품에 있는 여러 표시는 다음처럼 나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PP·PET 등 → 재질에 관한 정보
식품용 표시 → 식품과 접촉하는 용도에 관한 정보
전자레인지 표시 → 전자레인지 사용에 관한 정보
눈송이 표시 → 냉동 보관에 관한 정보
식기세척기 표시 → 식기세척기 세척에 관한 정보
하나의 그림이 이 모든 조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뚜껑도 식기세척기에 같이 넣어도 될까?
밀폐용기를 사용할 때 특히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본체가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이라고 해서 뚜껑과 패킹까지 무조건 동일한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밀폐용기의 본체와 뚜껑은 서로 다른 재질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실리콘이나 고무 재질의 패킹, 증기 배출을 위한 부품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제조사에 따라 본체는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지만 뚜껑은 손세척을 권장하거나, 특정 랙에서 세척하도록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밀폐용기를 처음 구입했다면 본체뿐 아니라 뚜껑과 패킹의 세척방법까지 한번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분리할 수 있는 패킹은 음식물이나 수분이 남기 쉬운 부분이므로 제조사가 안내하는 방법에 따라 분리 세척하고 충분히 건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나 칼도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될까?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는 플라스틱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나무로 만든 도마나 조리도구는 뜨거운 물과 세척·건조 과정이 반복되면서 변형되거나 갈라질 수 있어 제조사가 손세척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 역시 제품에 따라 식기세척기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척 과정에서 날이나 손잡이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자기와 유리제품도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장식이나 특수 코팅이 적용된 식기, 섬세한 유리제품 등은 제조사가 손세척을 권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재질의 일반적인 특성만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제품별 세척 지침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인데 변색될 수도 있을까?
가능합니다.
‘Dishwasher Safe’라는 말을 ‘아무리 오래 식기세척기로 세척해도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Bosch 역시 Dishwasher Safe 표시가 장기간 식기세척기를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식기나 조리도구의 변색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세척 과정에서는 높은 온도와 세제, 물리적인 물 분사 등에 계속 노출됩니다.
따라서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라도 장기간 사용하면서 표면의 광택이나 인쇄, 색상 등이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특히 인쇄나 코팅이 있는 제품이라면 제조사의 세척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Dishwasher Safe와 Dishwasher Proof는 같은 뜻일까?
해외 제품을 구입하다 보면 Dishwasher Safe 외에 Dishwasher Proof라는 표현을 볼 수도 있습니다.
두 표현을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EN 12875라는 식기세척기에 대한 기계적 내구성 관련 표준이 있습니다.
Bosch의 안내를 보면 Dishwasher Proof라는 표현과 함께 물이 분사되는 그림 속에 숫자가 표시된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숫자는 해당 시험에서 견딜 수 있는 식기세척 사이클 수와 관련됩니다.
예를 들어 그림에 50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면 500회의 시험 사이클과 관련된 표시입니다.
반면 일반적인 Dishwasher Safe 표시는 제조사의 권장사항과 시험 등을 바탕으로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따라서 해외 제품에서 Dishwasher Proof와 숫자가 함께 표시되어 있다면 일반적인 식기세척기 가능 그림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아무 표시가 없으면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될까?
오래된 그릇이나 플라스틱 용기는 바닥에 식기세척기 관련 표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히 재질만 보고 사용 가능 여부를 추측하기보다는 제품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명이나 모델명을 알고 있다면 제조사의 공식 사용설명에서 세척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고 특히 열에 약해 보이는 플라스틱이나 코팅·인쇄가 있는 제품이라면 손세척하는 것이 제품 손상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표시가 없다 = 무조건 사용 불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금지 표시가 없으니 사용 가능’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식기세척기에 넣기 전 이것만 확인해보자
저는 식기세척기에 처음 넣는 제품이라면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Dishwasher Safe나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안내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Top Rack Only처럼 위치에 대한 제한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플라스틱이라면 내열온도와 변형 여부도 확인합니다.
밀폐용기라면 본체뿐 아니라 뚜껑과 패킹의 세척조건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식기세척기의 세척 코스를 확인합니다.
같은 식기세척기라도 일반, 고온, 살균 등 코스에 따라 세척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제품 제조사와 식기세척기 제조사의 사용설명을 함께 확인하면 가장 정확합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를 정리하면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전 세계 모든 제품에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그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접시나 컵 위로 물이 떨어지는 그림, 식기세척기 안에 접시가 들어 있는 그림 등이 흔하게 사용되지만 제조사마다 표시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림 하나를 외우기보다는 Dishwasher Safe 같은 문구와 제조사의 사용방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PP 5, 식품용 표시, 전자레인지 표시, 냉동 가능 표시와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는 모두 서로 다른 정보를 알려줍니다.
특히 플라스틱 밀폐용기에서는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PP라고 해서 자동으로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자레인지용이라고 해서 식기세척기 사용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품을 처음 사용할 때 바닥의 표시를 한 번만 제대로 확인해두면 이후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식기세척기에 넣기 전에 ‘재질이 뭘까?’만 확인하지 말고 ‘제조사가 식기세척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
이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