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 FREE 표시는 무슨 뜻일까? 플라스틱 용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

물병이나 텀블러,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구입하다 보면 ‘BPA FREE’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FREE라는 단어 때문에 대략 ‘뭔가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뜻이겠구나’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BPA FREE가 적혀 있으면 그냥 ‘안전한 플라스틱’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살펴보면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BPA는 Bisphenol A, 우리말로 비스페놀 A라고 부르는 화학물질입니다. BPA FREE는 일반적으로 제품 제조에 BPA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BPA FREE가 플라스틱의 재질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PP, PET처럼 어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주는 표시도 아니고,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표시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BPA는 정확히 무엇이고, BPA FREE 제품을 볼 때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BPA는 무엇일까?

BPA는 Bisphenol A의 약자입니다.

비스페놀 A는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해 특정 플라스틱이나 수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온 물질입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폴리카보네이트(PC)와 에폭시 수지입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면서 단단한 특성을 가진 플라스틱으로 각종 제품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에폭시 수지는 플라스틱 용기뿐 아니라 식품과 음료를 담는 금속 캔 내부의 코팅재 등에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BPA를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에 넣는 첨가제’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미국 FDA도 BPA를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의 화학적 구성 성분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식품과 금속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캔 내부 코팅에도 BPA 기반 물질이 사용되어 왔다고 설명합니다.

즉 BPA 문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투명한 플라스틱 물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BPA FREE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BPA FREE는 말 그대로 BPA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제품에 표시되는 표현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BPA = 비스페놀 A

FREE = 사용하지 않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합니다.

BPA FREE가 곧

‘모든 화학물질이 없는 제품’

또는

‘어떤 방법으로 사용해도 안전한 제품’

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플라스틱 제품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원료와 물질을 이용해 제조됩니다.

따라서 BPA FREE라는 표시가 알려주는 것은 BPA와 관련된 정보이지 제품에 사용된 모든 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성 인증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 차이를 알고 제품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BPA FREE와 PP는 같은 뜻일까?

밀폐용기 바닥을 살펴보다 보면 PP와 BPA FREE가 함께 적혀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그래서 PP와 BPA FREE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종류의 정보입니다.

PP는 Polypropylene, 즉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의 종류를 의미합니다.

반면 BPA FREE는 BPA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PP = 플라스틱 재질에 관한 정보

BPA FREE = BPA 사용 여부에 관한 정보

라고 구분해서 보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PET와 BPA FREE도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PET는 Polyethylene Terephthalate라는 플라스틱 수지의 종류를 의미하고, BPA FREE는 특정 물질인 BPA에 관한 표시입니다.

제품 바닥에 여러 가지 영문이 적혀 있는 이유는 이렇게 각각 전달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BPA FREE면 전자레인지에 사용해도 될까?

BPA FREE 표시를 보고 가장 주의해야 할 오해 가운데 하나입니다.

BPA FREE와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는 관계가 다른 정보입니다.

BPA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전자레인지의 가열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플라스틱 제품에

PP

BPA FREE

라는 표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예정이라면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표시들을 함께 놓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PP·PET → 어떤 플라스틱인가?

BPA FREE → BPA 사용 여부와 관련된 정보

식품용 표시 → 식품과 접촉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는가?

전자레인지용 표시 →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식기세척기 표시 → 식기세척기로 세척할 수 있는가?

각각 다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따라서 BPA FREE 하나만 보고 제품의 사용방법까지 판단하면 안 됩니다.

BPA FREE면 뜨거운 물을 담아도 될까?

이것 역시 BPA FREE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뜨거운 물이나 음식을 담을 수 있는지는 제품의 재질과 구조, 제조방법, 제조사가 정한 사용 가능 온도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BPA FREE라는 문구가 있다고 해서 내열온도가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차가운 음료를 보관하도록 만들어진 BPA FREE 물병이라면 제조사가 뜨거운 물 사용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온 사용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해당 제품의 사용설명에 허용되는 온도 범위가 안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뜨거운 물을 담을 예정이라면 BPA FREE보다 먼저 제품의 내열온도와 제조사의 사용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플라스틱 숫자 7이면 BPA가 들어 있을까?

인터넷에서 BPA를 검색하다 보면 숫자 7 플라스틱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수지식별코드에서 7번 OTHER는 1번부터 6번까지의 특정 분류에 해당하지 않는 기타 수지를 위한 범주입니다.

즉 7번 자체가 ‘BPA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과거 BPA와 관련해 많이 언급된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이 OTHER 범주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생긴 측면이 있지만, 모든 7번 플라스틱이 폴리카보네이트인 것도 아니고 모든 7번 제품에 BPA가 사용됐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7번 OTHER는 하나의 특정 플라스틱 이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7번 = BPA

라고 외우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정확한 재질과 BPA 관련 정보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BPA는 식품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식품과 접촉하는 재료를 이해할 때 ‘이행(Migration)’이라는 개념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식품접촉재료에 존재하는 일부 화학물질은 조건에 따라 극소량이 식품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품용 용기와 포장재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특정 물질이 존재하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조건에서 식품으로 얼마나 이행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합니다.

미국 FDA도 식품이 포장재와 직접 접촉하면 포장재의 일부 물질이 측정 가능한 소량으로 식품에 이행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식품접촉물질을 평가할 때 예상되는 이행량 등을 검토합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 역시 식품접촉재료의 화학물질이 소량 식품과 음료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행과 독성 자료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건강 위험을 평가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품용기의 안전성을 단순히 ‘이 물질이 들어 있다, 없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BPA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기준은 같을까?

현재 BPA를 이야기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규제 상황이 같지 않습니다.

미국 FDA는 현재 승인된 식품 용기와 포장에서의 BPA 사용이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과학적 자료를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최근 규제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3년 BPA의 식품을 통한 노출 위험을 다시 평가하면서 허용 가능한 일일섭취량(TDI)을 체중 1kg당 하루 0.2나노그램으로 크게 낮췄습니다.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4년 12월 식품접촉재료에서 BPA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채택했습니다.

이 규제에는 식품·음료 캔 내부 코팅이나 재사용 음료병, 주방용품 등 여러 식품접촉재료가 포함되며 제한적인 예외와 제품별 전환기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BPA는 안전하다’ 또는 ‘BPA는 전 세계에서 완전히 금지됐다’처럼 한 문장으로 단정하는 정보는 현재의 규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각 국가의 규제기관이 과학적 자료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BPA 기준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BPA와 관련된 식품용 기구·용기·포장 기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영·유아가 사용하는 기구와 용기·포장에 대한 BPA 등의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기존 젖병 등에 적용되던 BPA 사용금지 규정을 영·유아용 기구 및 용기·포장으로 확대했습니다.

따라서 국내 제품을 볼 때도 단순히 해외의 BPA FREE 표시만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식품용 기구와 용기·포장은 국내의 관련 기준과 규격 적용을 받습니다.

해외 직구 제품이라면 판매되는 국가의 기준과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BPA FREE 제품이면 무조건 더 좋은 제품일까?

제품을 선택할 때 BPA FREE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품질의 우열을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밀폐용기가 모두 BPA FREE라고 해도 재질과 내열온도, 밀폐구조,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식기세척기 사용 여부 등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제품의 목적에 맞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입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할 용기라면 전자레인지용 여부가 중요하고, 냉동실에 보관할 목적이라면 냉동 가능 여부와 내냉온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뜨거운 음료를 담을 물병이라면 제조사가 허용하는 온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BPA FREE는 제품을 판단할 때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가운데 하나이지 제품의 모든 특성을 대신하는 표시는 아닙니다.

BPA FREE 대신 다른 비스페놀이 사용될 수도 있을까?

BPA FREE를 이해할 때 한 단계 더 알아둘 내용입니다.

비스페놀 계열에는 BPA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EFSA 역시 BPA뿐 아니라 다른 비스페놀 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BPA가 없다’는 사실을 ‘모든 종류의 비스페놀이 없다’는 의미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제품에 어떤 물질이 사용됐는지는 제조사의 원료와 제품 정보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BPA FREE라는 문구 하나보다는 제품이 식품접촉용으로 적합한지, 해당 국가의 기준에 맞게 제조·유통되는지, 제조사가 제시한 사용조건을 지키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BPA FREE 제품을 볼 때 확인할 것

BPA FREE라는 표시가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한다면 저는 다음 순서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재질을 봅니다.

PP인지 PET인지 또는 다른 재질인지 확인합니다.

두 번째로 식품용 제품인지 확인합니다.

음식이나 음료를 담는 목적이라면 식품 접촉을 고려해 제조된 제품인지 살펴봅니다.

세 번째로 실제 사용조건을 확인합니다.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예정이라면 전자레인지용 여부를, 식기세척기에 넣는다면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뜨거운 음식을 담는다면 내열온도 역시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BPA FREE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보면 BPA FREE라는 문구를 ‘안전한 플라스틱 인증마크’처럼 생각하지 않고 제품에 관한 여러 정보 중 하나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BPA FREE의 의미를 정리하면

BPA는 Bisphenol A, 즉 비스페놀 A를 의미합니다.

BPA는 폴리카보네이트와 특정 수지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 왔으며 식품·음료 캔 내부 코팅 같은 식품접촉재료에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BPA FREE는 일반적으로 제품 제조에 BPA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BPA FREE가 PP나 PET처럼 플라스틱 재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표시도 아니고, 내열온도를 나타내는 표시도 아니며, 모든 화학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종합적인 안전 인증도 아닙니다.

따라서 제품에 BPA FREE라고 적혀 있다면

‘이 제품은 BPA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구나’

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다음 실제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밀폐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는다면 전자레인지용 표시를 보고, 뜨거운 음식을 담는다면 내열온도를 확인하고, 식기세척기에 넣는다면 Dishwasher Safe 여부를 확인하는 식입니다.

플라스틱 제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표시가 적혀 있습니다.

처음에는 PP, 숫자 5, BPA FREE, 전자레인지 그림이 전부 비슷한 안전 표시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의미를 알고 나면 역할이 명확하게 나뉩니다.

BPA FREE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제품 전체가 ‘안전하다’는 한마디가 아니라 특정 물질인 BPA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표시라는 것.

이 차이를 알고 제품을 선택하면 BPA FREE라는 문구도 훨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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